전세계약서에 확정일자 받으면 안심이라고? 천만에

리얼아이브이 2019.04.03 10:35 조회 11

최근 주택가격과 전세보증금 시세가 하락하면서 계약 기간이 만료되었음에도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제때 반환해 주지 못하는 역전세, 또는 깡통전세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역전세가 발생하는 데는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가장 큰 원인은 자금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집을 매수하면서 대출과 전세보증금 등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이른바 ‘갭투자’가 아닐까 싶다.

근래에 임차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많은 해결책이 제시되고 있는데, 이번 글에서는 대부분의 임차인에게 거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 임대차 계약 시 유의할 사항에 대해 간략히 알아보자. 


집주인이 확정일자 받은 날 근저당권설정 등기 마쳐

어떤 사람이 아파트 소유주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잔금일에 잔금을 모두 지급한 뒤 입주 및 전입신고를 했고,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도 받았다. 그런데 같은 날 임대인이 아파트에 대해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쳤다. 이후 임대인의 채무 때문에 아파트가 경매로 넘어갔다. 그렇다면 경매대금은 누구에게 우선 배당될까.

언뜻 생각하면 임차인이 근저당권자보다 먼저 요건을 갖추었으니 배당에서도 근저당권자보다 우선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위의 경우 근저당권자가 임차인에 우선해 배당을 받게 된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에서는 임대차의 대항력에 관해 규정하면서 그 등기가 없는 경우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친 때에는 그 다음날부터 제3자에 대해 효력이 생긴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인도나 주민등록이 등기와는 다른 공시 방법이어서 인도 및 주민등록과 제3자 명의의 등기가 같은 날 이루어진 경우 그 선후 관계를 밝혀 선순위 권리자를 정하는 것이 사실상 곤란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제3자가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친 임차인이 없음을 확인하고 등기까지 완료했음에도, 그 후 같은 날 임차인이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쳐 이로 인해 입을 수 있는 예상치 못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임차인보다 등기를 완료한 권리자를 우선시키고자 하는 의도도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2 제2항에는, 제3조 제1항·제2항 또는 제3항의 대항요건과 임대차계약증서(제3조 제2항 및 제3항의 경우에는 법인과 임대인 사이의 임대차계약증서를 말한다)상의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은 ‘민사집행법’에 따른 경매, 또는 ‘국세징수법’에 따른 공매를 할 때 임차주택(대지를 포함한다)의 환가대금에서 후순위 권리자나 그 밖의 채권자보다 우선해 보증금을 변제받을 권리가 있다고 규정돼 있다.

대법원에서는 이러한 우선변제적 효력은 대항력과 마찬가지로 주택임차권의 제3자에 대한 물권적 효력으로서 임차인과 제3자 사이의 우선순위를 대항력과 달리 규율해야 할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고 보았다. 그 결과 확정일자를 입주 및 주민등록일과 같은 날 또는 그 이전에 갖춘 경우에는 우선변제적 효력은 대항력과 마찬가지로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친 다음날을 기준으로 발생한다고 본 것이다.

임대차 계약을 할 때 주택 인도와 전입신고, 확정일자를 모두 갖추어야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또 대개는 공인중개사를 통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면서 부동산등기부를 살펴보고 선순위 근저당권 등이 설정돼 있는지를 확인해 본 뒤 계약을 체결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잔금을 지급하기 직전 다시 한번 부동산등기부를 확인해 이때도 아무런 문제가 없으면 안심하고 잔금을 지급한 뒤 전입신고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주택을 인도받고 전입신고를 마치면 ‘그 다음날부터’ 대항력이 생긴다는 것이 법률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흔한 일은 아니겠지만 앞서 본 사례처럼 임대인이 잔금을 지급받은 후 곧바로 누군가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 준다면 임차인의 입장에서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는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보증금 반환 및 추가배상 내용 명시해야

따라서 잔금일에 잔금지급과 동시에 주택 인도를 받고, 전입신고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가급적 계약서에 ‘임대인은 잔금지급일이 경과하기 전까지는 근저당권설정 등 행위를 하지 않으며, 위반 시 임대차 계약을 무효로 한다’는 특약을 명시하는 것이 조금이나마 위험부담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만일 임대인이 약속을 어기고 근저당권을 설정한 경우 임차인이 위 특약을 근거로 임대차 계약을 무효로 하고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큰 문제가 남는다. 계약을 무효로 하더라도 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해서는 집을 다시 돌려주어야 하는데, 임차인의 입장에서는 당장 이사 갈 집을 다시 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다행히 금방 다른 집을 구한다 하더라도 또다시 이사하는데 드는 비용과 노력을 고려하면 단순히 보증금만 돌려받는 것은 오히려 손해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계약 기간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불안해서 못 견딜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계약 위반 시 계약을 무효로 하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가능하다면 위 특약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보증금 반환과 별도로 얼마를 추가로 배상한다는 내용을 넣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상가건물의 임대차에 적용되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도 대항력과 우선변제적 효력에 관해 주택임대차와 거의 유사한 규정을 두고 있다. 즉, 상가 임차인이 건물의 인도와 사업자등록을 신청하면 그 다음날부터 대항력이 발생하고, 확정일자까지 받으면 경매 또는 공매 시 임차건물(임대인 소유의 대지를 포함한다)의 환가대금에서 후순위권리자나 그 밖의 채권자보다 우선해 보증금을 변제받을 수 있다. 따라서 앞에서 설명한 원리는 상가건물의 임대차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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