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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 이어 전세도 ‘대세 하락장’ 오나, 강북 신축 2억~3억씩 뚝뚝…‘깡통 전세’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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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min@real-iv.co.kr
작성일
2022-03-11 16:33
조회
2631
올 들어 주택 경기 침체로 매매가뿐 아니라 전셋값 상승세도 한풀 꺾인 모습이다. 서울 강북권 신축 단지 중심으로 전셋값이 뚝뚝 떨어지면서 ‘깡통 전세’ 우려도 커지는 분위기다.
▶강북 아파트 전셋값 급락

▷길음롯데캐슬 전세 9억서 7억대로

지난 1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성북구 길음동 롯데캐슬클라시아. 단지 인근 공인중개업소에서는 좀처럼 인파를 찾아보기 어렵다. 평형대별로 전세 매물이 수백 건씩 등장했지만 전세 거래는 뚝 끊긴 상태다. 다급한 집주인들이 급매물을 쏟아내다 보니 전셋값도 일제히 하락세다. 전용 84㎡의 경우 지난해 10월 전세보증금 9억원에 세입자를 찾았지만 최근 호가는 7억~7억5000만원 수준에 그친다. 한때 8억원대로 치솟았던 전용 59㎡ 전셋값도 5억원대로 떨어진 상태다.

길음롯데캐슬클라시아는 지하철 4호선 길음역, 미아사거리역에 인접한 총 2029가구 대단지인 데다 내부순환도로, 북부간선도로 등이 가까워 도심 접근성이 나쁘지 않다. 2024년 개통을 앞둔 동북선 경전철 개발 수혜 단지로 손꼽힌다. 입지가 좋은 덕분에 1순위 청약 경쟁률만 평균 32.6 대 1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막상 입주를 시작하자 전세 시장에는 찬바람만 분다. 길음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길음뉴타운 일대 신축 단지 33평 전세는 부르는 게 값일 정도였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가격을 낮춘 급매 전세가 나와도 보러 오는 이들은 별로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인근 길음뉴타운 단지도 분위기는 다르지 않다. 길음뉴타운4단지 e편한세상 전용 84㎡ 전세 매물이 최근 5억4500만원에 실거래됐다. 석 달여 전인 지난해 11월 거래 가격(8억원) 대비 2억5000만원 이상 떨어진 가격이다.

신축 입주 단지가 몰린 서대문구 홍제동 일대도 비슷한 양상이다. 올 들어 입주가 한창 진행 중인 홍제동 홍제역해링턴플레이스 전용 84㎡는 전세 호가가 6억5000만원가량으로 한 달 새 1억원가량 하락했다.

인근 홍제센트럴아이파크 전용 84㎡ 전셋값 호가도 6억5000만원 수준이다. 지난해 9월 같은 평형 전세가 8억5000만원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2억원가량 떨어진 가격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 하락은 실제 통계로도 잘 드러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 셋째 주 기준 서대문구 아파트 전셋값은 0.11% 떨어져 서울 25개구 중 낙폭이 가장 컸다. 성북구 전셋값도 0.08% 하락해 뒤를 이었다.

전세수급지수도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는 중이다. 2월 첫째 주 기준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전주 대비 0.4포인트 하락한 91.3을 기록했다. 2019년 9월 셋째 주(91.4) 이후 2년 5개월 만에 최저치다.

전세수급지수는 전세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수치다. 기준선인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울수록 공급이 수요보다 많다는 의미다.

서울뿐 아니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전셋값 상승세도 완전 꺾였다. 2월 셋째 주 수도권 아파트 전세 가격은 전주보다 0.05% 떨어져 3주 연속 하락폭이 가팔라졌다.

인천의 경우 한 주 새 전세 가격이 0.12% 하락해 전주(-0.06%) 대비 하락폭이 두 배가량 커졌다. 검단신도시가 위치한 서구(-0.3%), 송도국제도시가 자리 잡은 연수구(-0.38%)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전셋값 하락 배경은

▷금리 인상, 대출 규제 영향

고공행진하던 주택 전셋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영향이 크다. 아파트 잔금대출까지 차주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에 포함돼 새 아파트 주인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중이다. 잔금을 내기 어려워 신축 단지에 곧바로 입주하는 대신 전세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르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전세 세입자 입장에서도 고민이 크다. 이왕이면 입지 좋은 새 아파트에 들어가고 싶지만 정부가 전세대출 규제를 강화한 데다 전세대출 금리까지 오르면서 막상 입주가 만만찮다. ‘울며 겨자 먹기’로 전세 대신 월세 매물을 택하는 경우도 부쩍 늘었다.

일부 지역 중심으로 신축 아파트 입주 물량이 몰린 것도 전셋값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 1분기 서울 성북구 입주 물량은 2494가구에 달한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입주 물량의 20%를 훌쩍 넘는 수준이다.

물론 아파트 전셋값이 하락하면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다. 문제는 아파트 전셋값뿐 아니라 매매가까지 동반 하락할 경우 ‘깡통 전세’ 우려가 커진다는 점이다. ‘거래 절벽’으로 집이 팔리지 않는 상황에서 매매 가격이 급락하면 매매가와 전세가의 역전 현상이 서울, 수도권 전반으로 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셋값이 계속 하락세를 보이면 집주인이 막상 세입자를 구해도 전세금 차익을 추가로 마련해야 할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매매 가격까지 하락하면 집주인은 집을 팔아도 전세금을 돌려주기 어렵다. 당장 전세금을 돌려줄 수 없는 집주인이 집을 담보로 대출받으면 새로운 전세 세입자에게 깡통 전세 부담이 전가되는 ‘악순환’이 우려된다.

실제 집주인이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보증금 반환보증 사고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2019년 1630건이었던 전세금 반환보증 사고는 2020년 2408건, 지난해 2799건으로 늘었다. 사고 금액도 2019년 3442억원에서 지난해 5790억원으로 급증했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집을 내놔도 팔리지 않는 상황에서 집값, 전셋값이 동반 급락하면 깡통 전세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전세 세입자 입장에서는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너무 높은 단지는 피하고, 전세금 반환보증 보험에 가입하는 등 안전장치를 마련해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셋값 하락세 지속될까

▷입주 많은 곳 불안 vs 서울 물량 부족

전셋값 하락세는 계속 이어질까. 아파트 입주 물량이 몰린 서울 강북권 전셋값 하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늘어난 공급에 비해 탄탄한 전세 수요가 뒤따르기 어려운 탓이다.

금리 인상으로 전세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대안으로 월세를 찾는 수요자들도 급증하는 양상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월 기준 전국 전월세 거래량은 20만4497건으로 이 중 절반가량이 월세 몫이었다.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45%로 전년 동기(41%) 대비 4.6%포인트 높아졌다.

한편에서는 강북 일부 지역 입주 물량만 몰렸을 뿐 서울 전체 입주 가구는 여전히 부족해 전셋값이 상승 곡선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520가구로 지난해(3만2012가구) 대비 35% 이상 감소할 전망이다.

성북, 서대문구 일대에는 입주 물량이 넉넉하지만 올 한 해 마포, 노원, 금천, 성동, 도봉, 중구 등 6개구에서는 아파트 입주 물량이 전혀 없다. 실수요가 몰리는데도 신규 입주 물량이 뒷받침되지 않는 지역은 언제든 전셋값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 한목소리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서울 일부 지역 전셋값 상승세가 꺾였지만 서울 전체로 놓고 보면 여전히 입주 물량보다 전세 수요가 많다. 신규 아파트 물량이 계속 나오지 않으면 전셋값은 다시 상승 곡선을 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등을 담은 임대차법 부작용도 변수다. 2020년 하반기 계약갱신청구권이 행사된 전세 계약이 올 하반기부터 만료돼 시장에 물량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4년 동안 못 올린 전세금을 한꺼번에 받으려 할 가능성이 높다.

매매 시장 침체도 변수다. 아파트 매매가가 하락세를 보이는 데다 주택담보대출 받기도 어려워 실수요자들이 주택 매매를 미루면서 전세 대기 수요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집값을 잡기 위해 15억원 초과 주택담보대출을 아예 금지했다. 9억원 초과 주택도 대출 가능한 금액이 줄어 매매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전세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신규 주택 공급을 막는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 한목소리다. 재건축, 재개발 규제 완화를 통해 서울 도심 역세권, 명문 학군 지역 등 실수요가 몰리는 곳에 꾸준히 공급을 늘려줘야 한다는 의미다.

전세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려면 집주인 실거주 요건을 완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2017년 8·2 대책 이후 조정대상지역에 주택을 보유한 이들은 양도세를 감면받으려면 2년 동안 실거주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양도차익의 60~70%를 세금으로 내야 하는 만큼 어쩔 수 없이 세입자를 내보내고 입주하는 집주인이 많았다. 양도세 부담에 주택 매매를 꺼리는 집주인이 급증해 매물이 잠기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전월세금지법도 무시 못할 변수다. 앞으로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집주인은 전월세를 놓지 못하고 최장 5년간 의무 거주해야 한다.

시세차익을 노린 부동산 투기를 막자는 취지지만 ‘입주장’ 효과가 사라져 전세난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입주장 효과란 준공된 아파트에서 대규모 입주가 이뤄지면 일시적으로 매매, 전세 매물이 늘어나 인근 지역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는 효과를 말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차법 영향으로 전월세 시장이 여전히 불안한 만큼 하루빨리 임대차법을 폐지해 임대 시장을 정상화해야 한다. 재건축, 재개발 규제를 풀어 서울 인기 지역 주택 공급을 꾸준히 늘려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https://www.mk.co.kr/economy/view/2022/204259